[온라인] 김광호(청소년SD프로그램 이용), 자기권리주장대회 "자신감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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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획상담팀 작성일13-07-05 09:25 조회2,826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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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조금 서툴지만 당당한 그들
'서울 자기권리 주장대회'에서 만난 그들의 이야기
직업·꿈 등 다양한 발표…웃음 끊이지 않던 대회장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3-07-04 18:01:10
“안녕하세요. 지금부터 제 꿈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잘 들어주세요.”
7월4일은 지적장애인의 날이다. 전국 각 협회 주최로 지적장애인을 위한 각기 행사가 펼쳐지는 가운데, 서울지적장애인복지협회에서도 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자기권리 주장대회를 열고, 22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은 조금은 서툴고, 조금은 더듬거렸지만, 누구보다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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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1시간전 원고를 점검하는 김광호군(왼)과 자신감이 넘치는 이재홍군(오).ⓒ에이블뉴스 |
■시작 전부터 불타는 대회장=오후 1시 이룸센터 누리홀, 2시 발표 시작 한 시간이나 앞두고 있었지만 대회 참가자들은 분주했다.
직접 단상에 올라가 점검하는 참가자도 있었고, 원고를 꼼꼼히 살피는 참가자, 여유를 보이는 참가자들. 제각각의 모습이었다. 친근히 기자에게 다가와 손을 잡고 음료수를 쥐어주는 참가자도 있었다.
“다 외웠어? 안 외웠지!”라는 핀잔을 받는 참가자들, “준비한 데로만 하면 돼”라며 격려를 받는 모습은 장애를 떠나, 대회에 참가하는 여느 참가자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긴장되는 참가자는 첫 번째 순서인 김광호(지적3급, 17세) 학생 아닐까. 금천장애인복지관 소속의 김 군은 복지관 사회복지사와 함께 꼼꼼히 원고를 살피고 실전 연습에 돌입한 상태였다.
김 군은 “올해 첫 대회에 참가한다. 너무 떨린다”며 “나의 생일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데, 틈틈이 연습을 많이 했다. 스스로 원고를 쓰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도와주신 것이 많다”고 머쓱해했다.
대회장에서 가장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원고를 낭독하는 이재홍 학생(지적2급, 17세)도 연습에 열중이었다. 이 군은 “준비는 잘 됐냐”란 질문에 “3개월 준비했다.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며 여유를 부렸다.
활달한 성격답게 파티플래너가 꿈이라는 이 군은 오늘 대회에서 파티플래너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을 밝히고자 참가했다. 다재다능한 이 군은 ‘탕수육, 김치찌개, 떡볶이’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요리명을 끊임없이 기자에게 자랑했다.
이 군은“저와 이야기를 나누신 분들은 제가 말을 재미있게 잘 하고 게임 진행도 잘 한다고 칭찬을 한다. 학교에서 친구들 생일파티를 계획하고 재미있게 진행하는 것을 보고 선생님께서 파티플래너라는 직업을 말씀해줬다”며 “멋있는 파티플래너가 꼭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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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지적장애인 자기권리 주장대회'에 참가한 참가자들.ⓒ에이블뉴스 |
■대회장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이날 발표주제는 다양했다. 자신의 꿈, 직업, 어머니, 일상생활 등의 이야기부터 배트맨 소개, 드라마 ‘선덕여왕’을 소개하는 재밌는 참가자도 있었다.
이야기를 하는 도중, 얼굴이 빨개지고, 마이크와 너무 멀어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참가자들이 줄을 이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마칠 때마다 박수소리는 우렁찼다.
특히, 묵직한 주제인 ‘로드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세현고등학교 여학생 오동주(지적2급, 18세)양이 눈에 띄였다.
“저는 오늘 도로 위에서 안타깝게 사라지는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라고 첫 마디를 뗀 오양은 더듬더듬했지만, “로드킬이란 숲 중간에 도로를 만들어서 이동통로를 잃어버린 야생동물들이 도로를 건너다가 당하는 사고”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긴장한 탓에 오양의 목소리는 자주 끊어졌다. 하지만 매년 200건에 달하는 로드킬의 문제점을 제시하며, 막기위한 방법으로 “위험이 있는 도로에 다리나 터널 등의 생태 통로를 만들어 주거나 적정 속도를 유지하며 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제 우리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청중을 설득하며 3분간의 이야기를 간신히 끝맺었다.
심사위원들도 “제목이 참 좋은걸 택했지만 발음이 부족했다”, “발표력이 강단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미비했다”, “원고에 너무 의지했다”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각기 다른 참가자들의 이야기에 ‘엄마미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어머니께 사랑한다며 하트를 그리는 김광호 군의 모습에 김 군의 어머니는 기쁜 모습을 감추지 못했으며, 청중들도 흐믓하게 바라봤다. “Hello! lady and gentleman”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며 모두의 주목을 끈 최지민씨도 있었다.
최연소 초등학생 참가자인 김상욱(자폐1급, 11세)군은 “컴퓨터를 하면 재미있고 즐거워요. 그런데 엄마는 ‘컴퓨터 하지마!!!’하고 말씀하신다”며 엄마의 앙칼진 목소리를 흉내내 모두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외모는 ‘송승헌’입니다" 라고 소개한 정태현 군과 야구선수 박석민을 이상형으로 꼽은 결혼하고 싶은 솔로 오경운씨(지적3급, 28세)의 센스에도 어김없이 폭소는 터졌다.
또한 까페에서 직업훈련 일을 하고 있다는 한수종(지적3급, 18세) 학생의 이야기에 심사위원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예요?”라는 질문에 “아..아니요. 청소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라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주장대회 외에도 볼거리가 많았다. 대회 중간에 등장한 상암고등학교 지적장애인 학생들이 ‘아리랑’, ‘무조건’,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난타공연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플랜카드까지 준비해온 응원단도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대회장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적장애’면 자신의 의사를 표현 못한다는 편견이 팽배하지만, 이날 단상에 선 그들은 분명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더듬 더듬거리는 두서없는 그들의 말에도 청중들도 외면하지 않았다.
오늘 7월4일, ‘지적장애인의 날’을 인지하는 대중들은 얼마나 될까.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그들은 끊임없이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더듬거린다고, 이상한 소리를 낸다고 지나치지 말자. 그들은 순수한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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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며 박수를 치는 지적장애인들.ⓒ에이블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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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를 응원하는 응원단, 미소를 띄며 소리치기도 했다.ⓒ에이블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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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에 맞춰 난타공연이 벌어지자 한 지적장애인이 나와서 춤도 추었다.ⓒ에이블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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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공연을 펼치고 있는 상암고등학교 지적장애인 학생.ⓒ에이블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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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지적장애인 자기권리 주장대회' 모습.ⓒ에이블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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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